세계 3대 콩쿠르 결승에 오른 이들, 그 치열한 현장에서는...

[리뷰] 영화 <파이널 리스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이면을 보여주다

19.01.21 11:02l최종 업데이트 19.01.21 11:02l 이학후(cinemania)

 영화 <파이널 리스트> 포스터
 영화 <파이널 리스트> 포스터
ⓒ 씨네블루밍

매년 5월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열리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쇼팽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힌다.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성악 4가지 부문을 매해 번갈아 개최하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전 세계 콩쿠르 중 유일하게 벨기에 여왕이 직접 개최한다. 결승 무대는 벨기에 전역에 생중계되는 국가적 행사로 치러진다.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의 등용문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독특한 결승 진행 방식으로 유명하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예선을 통과한 결승 진출자 12명은 벨기에 워털루에 위치한 뮤직 샤펠에서 외부와 접촉을 차단한 상태로 8일 동안 합숙하며 결승 무대를 준비한다. 파이널 리스트 12명은 자유곡 외에 주최 측이 결승을 위해 작곡한 지정곡을 오로지 자신만의 능력으로 해석하고 연습하며 8일을 보낸다.
 
 영화 <파이널 리스트>의 한 장면
 영화 <파이널 리스트>의 한 장면
ⓒ 씨네블루밍

다큐멘터리 영화 <파이널 리스트>는 201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승에 진출한 12명이 뮤직 샤펠에서 8일 간 (한 결승 진출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연습하고 먹고 자는 게 전부"인 여정을 담았다. 영화는 "폐하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드디어 12명의 파이널 리스트가 나왔습니다"란 음성을 들려주며 시작한다. 이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결승 진행 방식을 설명한 후에 관객을 베일에 쌓여있던 콩쿠르의 이면으로 초대한다.

201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승 준비를 위해 윌리엄 칭이 웨이, 토비아스 펠데만, 토마스 라이프, 후미카 모리, 케네스 렌쇼, 김봄소리, 왕샤오, 윌리엄 헤이건, 이지윤, 올렉시 세미넨코, 임지영, 스티븐 와르츠가 뮤직 샤펠에 모인다. 영화는 12명을 골고루 조명하진 않는다. 아마도 편집보다 일부 진출자가 연습에 집중하기 위해 인터뷰 등을 정중하게 사양하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카메라는 연습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위치한다.

201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승에 한국인이 3명이나 진출한 사실도 눈길을 끈다. 벨기에 출신 감독의 영화에서 한국인들이 (당연히) 한국어로 대화하는 장면을 보는 건 색다른 재미를 준다.
 
 영화 <파이널 리스트>의 한 장면
 영화 <파이널 리스트>의 한 장면
ⓒ 씨네블루밍

< 파이널 리스트>에서 결승을 준비하는 진출자에게선 다양한 속내가 교차한다. 영화는 복잡한 감정을 얼굴과 표정, 연습하는 모습,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결승 무대로 차분하게 포착한다.

이들은 단 8일 동안 처음 마주하는 음악을 준비하며 곡에 대한 해석이나 연주의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주최측과 결승 진출자가 가지는 사전 인터뷰는 자유곡을 고른 이유, 악기와 연주자의 관계, 바이올린을 선택한 이유 등을 들려주어 한 명의 음악가로서 보는 데 풍부함을 더한다.

영화엔 긴장 관계가 흐르는 건 아니다. 12명은 식사를 하거나 산책을 하며 좋아하는 영화 음악, 연주자로서 미래나 생계, 무대 공포증 등 다양한 대화를 나눈다. 때로는 함께 연습하며 악보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악기를 손질하며 농담도 건넨다.
 
 영화 <파이널 리스트>의 한 장면
 영화 <파이널 리스트>의 한 장면
ⓒ 씨네블루밍

결승 진출자들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이야기한다. 어떤 이는 "결승에 오른 자체로 인정을 받은 느낌"이라고 말한다. 다른 이는 "제 목표는 콩쿠르 동안 할 수 있는 최고의 연주를 하고 최대한 성장하는 거예요"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중압감과 즐거움을 함께 만끽하고 있다. 이 시간은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기회인 동시에 어릴 때부터 평생 꿈꿨던 순간이기 때문이다.

201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승 무대에선 수상자를 잘못 호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진다. 예상치 못했던 사고는 <파이널 리스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욱 값지게 만든다. 퀸 엘리자세스 콩쿠르는 이들에게 끝이 아니다. 12명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연주를 한다. 앞으로도 음악을 들려줄 것이다.

브레히트 반후니커 감독은 영화에 마지막 장면으로 이지윤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응원의 목소리를 실었다. 젊은 예술가들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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